문제는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오늘 임백준님이 ZDNET에 기고하신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글이 페이스북에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글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알고리즘=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대유법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제 해결에 알고리즘이나 알고리즘적인 사고 방식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란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큰 능력입니다. 임백준님이 인용한 알고리즘의 정의는 “수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컴퓨터 프로세스를 완결하기 위해서 차례로 뒤따르는 단계의 집합”입니다. 이 정의 어디에도 실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요구사항 분석이나 설계, 테스트, 유지 보수 등의 이슈가 언급이 안 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을 예로 들어 봅시다. 10-20명 정도의 팀을 꾸려 1년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신나서 다들 열심히 코딩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드는 복잡해지고 출시 때쯤 되면 간단하 버그 하나 못 잡아 2-3일씩 시간을 쓰거나 간단한 수정 사항 하나 반영 못해서 회사와 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알고리즘적인 사고 방식만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여러 능력 중 알고리즘만 유독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구글을 필두로 미국 IT 회사들이 면접 때 알고리즘 문제를 많이 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실제 업무가 아니라 면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데, 짧은 면접 시간 동안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알고리즘적인 사고를 보는 것이지, “알고리즘=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CMU 교수인 Jeannette M. Wing이 CACM에 게재한 글 중 Computational Thinking이란 글이 있습니다. Wing 교수가 정의한 Computational Thinking(CT)은 열린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는 과정을 일반화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다양한 답을 낼 수 있고, 컴퓨터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용해도 됩니다.

CT는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분해(decomposition), 데이타 표현(data representation), 일반화(generalization), 모델링(modeling) 등 컴퓨터 과학 혹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총동원하여 문제를 푸는 과정을 말합니다. 알고리즘은 CT에서 요구하는 여러 기술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코딩을 “특정 플랫폼, 특정 언어, 특정 API”라고 좁은 의미로 정의하고 문제 해결 능력인 알고리즘과 대비해서 설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프레임 자체을 2분법적으로 짜고 알고리즘과 코딩을 대비해서,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 능력이고, 코딩은 단순 기술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면 알고리즘과 코딩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지식이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단순히 알고리즘이 문제라고 설명하면 수많은 한국 IT 회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잘못 진단하게 됩니다. 미국 IT 회사가 알고리즘적인 사고만 보고 사람을 뽑아도 되는 이유는 웬만한 IT 회사들이 이미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지고 있고, 누가 들어오든 문제 해결 능력이 있고 사람만 똑똑하면 코딩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 IT 회사는 좋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발 문화도 환경도 없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알고리즘적인 사고만 뛰어난 개발자를 뽑으면 슈퍼개발자가 되어 회사를 망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코딩은 학교에서 못 가르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학원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코딩은 혼자 배우는 게 아닙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문법(syntax)이나 의미(semantic)야 학원을 다니든 독학을 하든 쉽게 배울 수 있지만, 해당 언어 커뮤니티가 사용하는 용법(idiom)을 익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합니다. 또한 혼자 세상과 소통하며 오픈소스 개발자 할 것 아닌 이상, 결국 코딩은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배우는 겁니다. 바꿔 말해, 누군가가 코딩을 못 하는 이유는 주변 동료들이 코딩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만 문제가 아니라 알고리즘도 코딩도 그외 모든 것도 다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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